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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유학

유학 보내기 적당한 나이는 몇 살일까?

rorild 2021. 2. 8. 20:30

나는 중학교 3학년이 되던 16살에 처음 유학을 떠나 중국에서 국제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또 다른 아시아권 국가의 대학으로 진학했고, 현재는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유학을 하고 있던 당시보다 오히려 9년 간의 해외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돌아온 지금이 다방면의 팁을 공유하기에 더 좋은 시기인 것 같아 이 '어쩌다 유학' 시리즈를 시작하고자 한다.

물론 유학이라는 게 떠나는 사람 / 시기 / 국가 / 공부 분야 / 머무는 기간 / 환경에 따라 모두 다르기에, 지극히 주관적인 이 경험이 얼마나 많은 다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글을 쓰는 나조차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일단 내 유학의 결과를 최대한 수치로 표현해 보았다.

  • 한국 중학교 재학 당시 성적: 문과 계열 과목 평균 85점대, 이과 계열 과목 평균 20점대 (전형적인 공부 안 하던 문과)
  • 국제학교 총 재학 기간: 4.5년 (8학년 2학기 ~ 12학년)
  • 영어로 진행하는 국제학교의 수업을 스스로 알아듣기까지 걸린 기간: 1.5년 (10학년~)
  • 영어 수업을 알아듣기 시작하고 자신감 있게 영어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걸린 기간: 4개월 (1학기)
  • 국제학교 졸업 시 성적: 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점수 기준 40/45점, GPA 환산 시 3.75/4.0
  • 졸업한 대학교 순위: 글로벌 대학 중 22위, 아시아권 대학 중 4위 (본인 입학 연도 기준)

12학년 1학기 성적

지금 봐도 창피한 성적이니 한국에서는 공부를 잘해본 적이 없는 학생임이 분명하다.

준비 없이 간 유학이긴 했어도, 국제학교 수업을 온전히 알아듣기까지 1년 반이나 걸린 것도 오래 걸린 편이긴 하다.

그래도 다행히 언어 문제가 풀리자 학교 생활이 훨씬 윤택해졌다. 외국인들과의 교류가 잦아졌고, 대외 활동 역시 다양해졌으며, 성적도 빠르게 늘었다.

다분히 세속적이고 단편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갔고, 현재 연봉도 업계 평균 이상을 받고 있다.  

 

이쯤에서 제목에 대한 답을 해 본다. 16살은 유학 가기 적당한 나이였을까?

  • 언어는 무조건 어릴수록 빨리 배운다. 초등학교 때부터 국제학교에 다녔던 한국인 친구들은 그때도 지금도 나보다 영어를 잘한다. 내 영어가 교포 수준까지 겨우 올라왔다면 그들은 태생부터 원어민이다. 절대 이길 수가 없다.
  • 나는 학교에서의 생존을 위해 영어를 배워야만 했다. 그만큼 절실했음에도 그만큼 오래 걸렸다. 
  • 사춘기였다. 갑자기 전혀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는데, 말조차 통하지 않았다. 나 빼고 모두 웃고 떠드는 교실에서 혼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그 극한 상황은 사람을 참 작아지게 했다.

이렇게 보면 당연히 16살보다 더 어릴 때 유학을 가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과연 그럴까?

  • 태어난 곳에서의 기억이 있다는 건 중요하다. 조기유학생 친구들이 예외 없이 겪었던 정체성 혼란을 나는 한 번도 겪지 않았다. 정체성 혼란이라는 게 추상적인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이지?'에 대한 대답을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확실한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은 성인이 되어서도 꽤나 유효하게 적용된다.
  • 검은 머리 외국인보다는 염색한 한국인 정도로 사는 것이 좋다. 유학 간 국가에 정착해 영주권/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축복받은 상황이 아니라면, 자국에서 자국민으로 사는 것이 경제적, 심리적, 생활적인 면에서 효율적이고 편하다.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는 외국어 능력을 높게 쳐주는 편이다.
  • 각각 다른 시기를 다른 곳에서 보낸 친구들에게서 많이 배울 수 있다. 쭉 한국에서 생활한 친구들에게서는 내가 한국에 없던 사이의 일들을 전해 들을 수 있다. 반대로 쭉 외국에서 생활한 친구들에게서는 다양한 문화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간접 경험도 직접 경험 못지않게 많은 부분을 채워준다.

 

정말 케바케, 사바사일 뿐더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이 바뀌기도 하는 문제이다.

결국 내가 어디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하게 될지가 중요한 고려점이 될 것 같지만, 사실 이건 계획이 없는 경우도 많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본인이나 자녀의 유학을 고민 중인 분들이 조금 더 많은 관점을 사전에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내 작은 경험을 공유해 본다. 

다음 주제로는 '혼자 하는 유학'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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