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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혼자 유학 보내도 될까?

rorild 2021. 2. 9. 19:52

자녀를 유학 보내는 나이만큼이나 중요한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유학 보내는 환경이다.

특히 조기 유학을 계획 중이라면, 부모님 입장에서 걱정할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편은 부모님과 함께 한 유학 생활과 혼자 한 유학 생활의 장단점을 나와 다른 유학생 친구들의 사례를 통해 비교해보고자 한다.


나는 스무 살 때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처음 중국에 유학 가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부모님과 함께 생활한 것이다.

사실 유학이라기 보다는 부모님의 주재원 발령으로 인한 일시적 이민에 가까웠다. 덕분에 다니는 학교와 언어를 제외하고는 생활하면서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오히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 다 새로운 나라에 적응해야 한다는 동질감이 생겨 한국에서 살 때보다 서로 더 친해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환경에서 입시를 치를 수 있었다는 것이 제일 좋았다. 예민한 시기에 가장 편안한 집에서 삼시세끼 맛있는 엄마 밥을 먹으며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내가 나이만 어른인 애였다는 사실을 스무 살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내가 졸업한 국제학교 학생들은 모두 나처럼 부모님을 따라 중국에 오게 된 케이스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혼자 유학하던 친구들을 대학에 가서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능숙했다.

처음 기숙사에 도착해 마치 와 봤던 마냥 짐을 척척 정리하던 모습, 은행에 가서 통장을 개설하고 대학생 할인 요금을 척척 알아내 핸드폰을 개통하던 모습, 필요한 생필품을 어디서 사야 할지 빠르게 알아내 장 보러 가던 모습, 심지어는 이불 커버를 바꾸던 모습까지...  

같은 나이, 같은 신입생이었지만 나는 그저 그들에게 의지하며 따라다니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내가 창피하고 애 같았다.

혼자 외국에서 오래 살아 본 친구들은 확실히 그만큼 독립적이다. 아는 것도 많고 생활력이 강하다.

 

단, 그들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오래됐을수록 친구들을 더 많이 찾는다. 그리고 부모님이 계신 집을 그저 방학 때 잠깐 머물다 오는 곳 정도로 인식한다. 

밖에서 머문 시간이 더 길다 보니, 오히려 가족이 있는 집보다 외국에 있는 친구를 더 편하게 여기는 것이다.

물론 일반화 할 수 없고, 그들 모두가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다는 것도 전혀 아니다. 다만 가족과 함께 자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느끼는 유대감이 적다는 것이다. 

 

저번 주제의 결론과 마찬가지로, 정답은 없다.

그리고 사실 유학을 하는 입장에서는 하루 하루 적응하고 성장하기 바빠 이런 차이는 잘 체감하지도 못한다.

나도 유학 생활을 끝내고, 학교도 다 떠나고 나서야 생각해 봤더니 평균적으로 이렇다더라 하는 정도로 정리했을 뿐이다.

한 가지 변함 없는 건, 외국을 경험하며 살아 본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 내 시야를 넓혀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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